블로그도 안 하고 트위터도 뜸한 걸 보면 나는 이제 정상인이 되어가는 건가.
사실 그건 아니고 더워서 생명유지활동 외에 다른 일을 거의 못 할 수준이 되어있기 때문에 그렇지.
난 핀란드로 갈 거야. 거긴 여름에도 30도를 넘지 않는 것 같더군. 게다가 겨울이 사무치게 춥잖아.
그리고 Poets of the Fall, Sonata Arctica, Loituma의 공연을 쌩으로 볼 수 있으니까.
핀란드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하고 언어학적으로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고 하니 배우기도 재미있겠지.
다만 미칠듯이 어렵다지만... 한국어나 핀란드어나.
요즘은 내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를 직접 느낄 수 있을 정도.
가죽으로 된 소파에 앉아있으면 공기가 흐르지 않아 소파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샤워하고 나와서 딱 10분 앉아있었는데 소파에 올려놓았던 다리 아래가 땀으로 흥건한 걸 보고 얼마나 식겁했던지.
예전에 있던 나무소파가 좋았는데. 바람도 잘 통하고.
2005년에 금각사에서 받아온 플라스틱 부채.
사이즈도 무슨 접시마냥 큼지막하고 종이로 된 부챗살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아서 잘 쓰고 있다.
부챗대가 없고 부챗살만 있는 플라스틱 부채는 조금 쓰다 보면 의외로 잘 휘어진다.
플라스틱 부챗대에 종이 부챗살을 붙여 놓은 부채도 종이가 떨어지기 일쑤다.
접었다 펴는 형식으로 된 부채는 말할 것도 없이 몇 주면 수명을 다한다.
금각사 부채. 별로 기대하지 않고 기념품으로 받아온 건데 5년간 내 생존을 도와주고 있다.
그런데 금각사 은각사는 진짜 금도금 은도금한 걸까나?
방치우기도 포기하고 책상정리도 포기하고 옷도 바지 두 벌 이후 더 이상 사지 않고 머리도 다시 기르고 있다.
관성의 법칙. 원점회귀.
좋은 말로 포장하기보다는 근성없는 쓰레기라고 나 자신을 욕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자아비판에 익숙하고 자기비하에 익숙한 부정론자인 나.
가끔씩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생각해 본다. 답은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을까.
미군부대에 있을 때는 1달러에 표준규격 15개입 껌을 사서 씹었다.
1500원이라고 해도 하나 100원 꼴이니 밖에서 파는 껌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가격이다.
페퍼민트 스페어민트 매운맛 이런 희한한 맛밖에는 없었지만 오래가기로는 이 껌에 비길 것이 없었다.
하나를 꺼내면 한 시간을 씹었다.
일반적인 껌은 10분이면 단물이 빠지고 고무맛이 나서 씹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껌을 안 씹었다.
내게 껌 씹는 습관을 붙여준 것이 그 미국 껌이다.
롯데 I.D. 비록 1000원에 표준규격으로는 네다섯 개 사이즈지만 껌 한 조각이 정말 오래간다.
한 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사이즈로 30분은 넘게 가니 합격점은 충분히 줄 수 있다.
벌써 네 통을 사서 씹고 있는데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했다.
나는 땀을 많이 흘린다. 이 껌은 습하면 포장지에 달라붙고 맛과 향이 변한다.
이걸 내 주머니에 한 시간만 넣어두면 더 이상 씹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다.
심지어 상의 가슴포켓에 넣어두어도 그 지경이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표준규격 한 개당 200원 가격인데 그렇게 상해서 버린 것이 모아서 한 통이 되니 미치고 팔짝 뛰게 생겼다.
페도라. 중절모. 나는 중절모가 좋다. 최소한 야구모자나 비니보다는 훨씬 마음에 든다.
한데 가게에서 파는 중절모는 전부 위가 좁고 사이즈가 작아서 머리가 작은 사람에게나 어울린다.
나는 60년대 미국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통이 크고 띠를 두른 신문기자 중절모를 사고 싶다.
물론 어디를 뒤져봐도 그런 건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 아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아무리 미국이라도 그런 구시대 패션소품을 아직도 팔고 있는지 의문이다.
내 머리에 맞는 모자는 프리사이즈 비니 뿐이다.
비니를 한 시간만 쓰면 머리에 땀이 배어서 비니가 걸레가 된다.
내 평생 모자와는 인연이 없다.
새로운 음반을 산 지가 꽤 되었다. 사고 싶은 음반은 수입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외국에서 음반 6개를 주문하려고 했다. 배송비 포함 15만원이 나왔다. 그 중 배송비만 3만원이다.
하나당 2만 얼마 꼴이니 별로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차마 결제할 수는 없었다.
영국의 VNV Nation. 핀란드의 Poets of the Fall. 앞으로도 한동안은 유튜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쿠바의 Buena Vista Social Club가 수입되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어제 붉은돼지를 봤다.
이걸로 루팡3세 카리오스트로의 성부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전부 보았다.
게드전기는 혹평일색이라 기대가 안 되고 벼랑 위의 포뇨는 왠지 모르게 실망할 것 같아서 꺼려지고.
더부살이 아리에티 역시 상당한 수준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그 끝을 고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일본 한정이지만 그 타이타닉을 꺾은 애니메이션이니만큼.
등록금이 삼백몇십만원인데 그 중 기성회비가 이백오십만원이다.
이 이야기를 다른 학교 다니는 친구들에게 했더니 어떤 애가 기성회비따위 왜 내냐고 한다.
기성회비. 어디 쓰이는지도 모르고 누구 손에 들어가는지도 모를 돈이다.
더 이상은 노 코멘트.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욕할 수도 옹호할 수도 없다.
어깨가 뻐근하다. 운동을 안 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배가 나오고 있다. 슬프다. 하지만 운동은 증오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운동이었다. 그런 사람도 있다.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쇼핑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약점은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야 한다. 대처 방안조차 없다.
결국 할 수밖에 없다. 공부도 쇼핑도 운동도.
이 정도의 단문은 트위터에 쓰기는 너무 길고 블로그에 쓰기는 너무 짧다.
블로그에는 더 이상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다. 최소한 지금은 못 하겠다.
과외를 하고 있다. 돈은 언제나 모자라다.
돈이란 것은 물과 같아서 손에 넣었다고 생각하면 어느 새 빠져나가고 있다.
보관하려면 얼려야 한다. 돈이든 물이든. 하지만 당장 마실 물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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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ypumpkin 2010/08/29 16:3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금각사 부채 ㄷㄷ 고등학교 안찾아가나염. 끌끌. 강한우선생님은 이번에 학교 그만두신다던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