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 자기점검.
특히 요즘 자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 군대라는 경험이 크게 작용한 건가.
보통은 머릿속으로만 하지만, 요즘 이런저런 글을 읽으면서 아, 역시 글로 쓰는 것은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뭐, 블로그에 개인적인 일을 주절거리는 건 당연한 거잖아?
트위터는 좀 아니지만orz
- 에너지 불변의 법칙.
즉, 닫힌계에서 에너지의 총합은 일정하다.
이렇게 말하면 꽤나 낙관적인 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에너지를 "쓸모있는 에너지"와 "쓸모없는 에너지"로 나눠 보자.
모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래 에너지"의 일부는 "에너지 A"로 변하고 나머지는 "에너지 B"로 변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쓸모있는 에너지 A에서 쓸모있는 에너지 B를 추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로,
대부분의 경우 부산물로 쓸모없는 에너지가 나오며, 상대적으로 쓸모있는 에너지보다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1
내 삶은 쓸모있는 에너지 A로 충만했다.
문제는 이 에너지 A를 실제로 쓸 수 없었다는 거다.
단순히 분출구가 없었다는 문제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그리고 개인적인)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에너지 A를 에너지 B로 바꿔 왔다.
그 과정에서 상당량의 쓸모없는 에너지가 발산되었다.
내가 훨씬 팔팔하고 어리석었을 때 에너지 A에서 변환된 에너지 B는 충분히 남아돌았지만
점점 절망하고, 고심하고, 슬퍼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에너지 A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에너지 B도 덩달아 줄어들기 시작했다.
에너지 A, B는 욕망이다. 단지 그 형태가 다를 뿐이다.
하지만 A에서 B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욕망은 부산물인 절망으로 변해 사라졌다.
혹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앙금으로 쌓여 갔다.
그리고 전체적인 욕망의 양은 점점 줄어만 갔다.
내 삶에 욕망이 없어지면서, 꿈이 없어지고, 목표가 사라졌다.
그 때가 대학교 2학년 2학기 시절이었다.
다행인지, 혹은 내가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때 입영 날짜가 확정되었다.
돌아오면 다시 에너지가 충만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리석었던 것이다.
에너지가 흘러넘치던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에너지 A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너무나도 오랫동안 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은 결과, 그 사용법을 잊고 말았다.
이제 에너지 A는 쓸모없는 에너지로 변해 버렸다.
천천히 그 사용법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
아직도 쓸모있는 에너지 B만을 쓰고 있다.
그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 부럽다.
남을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 부럽다, 가 아닌 좋겠다, 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부러워하는 것은 질투로 연계되고 질투는 에너지를 잘못된 방향으로 소비하게끔 한다.
하지만 감정은 솔직한 것이고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나 자신이 불쌍하고, 한편으로는 경멸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물론 답은 알고 있다.
내가 원했다.
- 아 씨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면 항상 그렇지.
나는 언제나 "과거의 나는 과거의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한 거니까,
과거에 했던 선택을 다시 해야 할 경우 과거의 나를 믿고 따라도 괜찮을 것이다"라는 논리를 품고 있다.
유일하게 부정할 수 있는 선택은 바로 그 순간 했던 선택이다.
내가 이탈리아에 가지 않겠다고 선택한 초등학교 시절,
내가 북유럽에 가지 않겠다고 선택한 중학교 시절은 후회하긴 하지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때 그 선택은 잘못되었다. 지금도 나는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지금도 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 내 욕망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무던히도 노력하지만 쓸모없다.
아니야! 쓸모없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쓸모없는 노력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나는 노력하고 있어! 나는 노력하고 있단 말이다. 이제서야 노력하는 방법을 깨달았단 말이다.
하지만 절망은 그림자처럼 내 위에 머무르고 현실은 거대한 망치가 되어 나를 짓뭉갠다.
그러면,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나 자신을 속이면 된다.
물론 그럴 수는 없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나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나는 나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흐르는 물의 방향을 바꿀 수는 있을 거야.
나는 여기에 내 유일한 희망을 건다.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방향을 섬세하게 바꾸는 것이다.
나비효과다. 작은 날개짓이 큰 폭풍우를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내게 솔직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너무나도 두렵다.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무너지고, 나의 삶은 산산히 부서질지도 모른다.
그 때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그 날은 온다. 곧 온다.
RPG를 하는 것처럼, 동료를 모으고 장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잘 하는 것이 없다.
- 그러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현실에 충실하게----------
거짓말 집어쳐!
그 날이 오지 않는 이상 현실에 충실할 수 없다.
그 날이 올 때까지 내 삶은 거짓부렁이야. 내 삶은 그림자야.
내가 선택한 것이니 내가 결착지으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일이 매듭지어지고 나면, 나에게는 어떤 삶이 준비되어 있을까.
아니, 그때까지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거짓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 오늘은 나와 같은 선택을 한 사람의 글을 읽었다.
나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당신에게 공감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당신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부럽습니다.
그리고 나를 경멸해.
두려워서 진실에 부딪치지 못하는 내가 경멸스럽다.
하지만 그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결론을 내렸었다.
그리고 그 방향을 튼 것은, 아, 작은 날개짓이었다.
인간의 삶이란 어찌 이리도 인과의 노예이면서, 어찌 이리도 쉽게 운運에 흔들리는가.
나에게도 아직 희망이 있을 거야.
운이라는 이름의 작은 씨앗으로 어디에선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나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력을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노력을 그만두는 순간은 나의 삶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다.
아, 그때가 오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느 쪽으로도 무의미한 삶일 테니까...?
하지만 되도록 내 삶을 좀 더 유의미하게 만들고 싶다.
어떤 식으로든지간에.
나는 결코,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
도망치지 않겠어.
글은 언제나 비공개로 할 수 있다.
이 글을 공개하는 이유는 언제나 나에게 이 글의 내용을 상기시키고 싶어서 그렇다.
제목만 봐도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나는 언제나 옳다.
주.
-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쓸모있는 에너지가 생산되는 작용의 대표적인 예는 발전. 전환과정에서 생산된 쓸모없는 에너지를 다시 쓸모있는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에너지 재활용으로 대표적인 예는 바이오 에너지. [Back]
Trackback URL : http://tumnaselda.net/trackback/378





당신의 의견을 작성해 주세요.